2022.06.12~2022.06.19 TELL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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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 계연 서사 정리용 단편


여태까지,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들어 주시어 감사하다 말합니다. 이후, 한 명의 조연으로서, 당신들의 이야기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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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전제조건은 무엇인가?

누군가 외쳤다. 훌륭한 미모! 그래, 중요하다 볼 수 있겠다. 매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보는 얼굴이 될 테니 조건으로 꼽을 만하다. 다른 누군가가 외친다. 금전적 풍요!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을 정도의 가난에서 싹트는 사랑은 절대 건강할 수 없으므로, 이것 또한 옳은 소리다. 건강하지 못한 사랑의 말로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뤄오지 않았는가? 여러 목소리가 앞다투어 자신의 조건을 뱉는다. 진심! 시련! 사연! 신뢰! 여러 목적과 합당한 사유들. 눈에 보이는 가치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 전부 중요하다. 사랑은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이므로 사랑의 전제조건을 단 하나로 규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에게 그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그 수많은 합당한 가치 중에 딱 하나만 쥐고 사랑할 수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해를 선택하리라.

이해! 꽤나 허울 좋으며 기만적이기 짝이 없는 단어다.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임. 사전적 정의부터 우습지 않은가. 내가 무엇이라고 남의 사정을 잘 헤아릴 수 있겠으며, 그것을 너그러이 받아들인다고 큰 변화가 있을 리도 만무할 텐데. 그렇기에 나는 입 밖으로 이해를 뱉지 않는다. 그 대신 속으로 되뇐다. 이해하기 위해 대화하고, 대화하기 위해 이해하며, 이해받는다면 뛸 듯이 기뻐하고, 이해받지 못한다면 이해시키려 든다. 이건 타인에게 이해를 바라지 않는 너 또한, 내가 서술하는 이야기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저와 저 하늘의 아마도의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평생을 지나 그것을 이해해주는 청자를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마찬가지일 테다.

‘조이 테일러’라는 이름은 처음으로 마주한 태양과 함께 과거로 돌아왔다. 수많은 희생을 담보로 마침내 도래한 500년에는 그가 있었다. 이야기꾼 테일 텔러가 아닌 조이 테일러로, 한 명의 주인공으로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었다. 그리될 복선을 깐 것은 다름 아닌 이오 데메테르 본인이었기에. 그저 서술자로만 남으려고 드는 그가 아까웠다. 내가 감명을 받은 것은 이야기꾼이 모아온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그가 표현하고 적어내려가는 삶의 이유였으므로, 서술자가 아닌 화자로서의 조이 테일러를 보고 싶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폄하하는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다. 내 눈에는 그도 주연을 맡을 자격이 충분한 배우였다. 무엇보다도, 그가 그런 말을 듣고 싶어 하는듯 했다. 평범하기 짝이 없다 여겨졌던 조이 테일러의 이야기 또한 그 나름의 가치가 충분하며, 그렇기에 네 삶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여겨도 된다고. 그래서 물었다. 따라올래?